잡담

워홀러라는 이름의 노동자

Delia :P 2023. 1. 26. 07:36

#주60시간

사실 나는 단순히 뉴질랜드에 "쉬러" 한국에서의 삶에서 "도망쳐온" 사람이었다. 일년 반의 일정을 계획대로 마치면 한국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타카푸나 바닷가에서 산책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한번 두번 볼때마다 점점 이곳에 살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손잡고 걸어가는 할머니와 할아버지, 강아지와 산책하는 수많은 가족들, 연인들, 친구들.. 그중에서도 가장 놀라웠던건 내가 보았던 대부분 가족들의 아빠가 아이를 돌보고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엄마와 아이만 있는 경우도 많았지만 아빠가 있는 경우는 아빠가 유모차를 끌거나 아이를 안고있었다. 나는 그 점이 너무 신기했다.

나는 타카푸나 비치를 정말 좋아하는데 잔디도 있고 나무도 있어서 그늘에서 모래를 묻히지 않고도 잔디에서 바다를 보며 쉴수 있다. 내가 본것중에 가장 멋졌던 건 70-80대 정도로 보이는 할머니 할아버지였는데 수영복을 입고 바다에서 수영을 즐기고 두분이 손을 잡고 바다에서 걸어나왔다. 나는 이런 이상적인 가정들의 모습을 보면서 이곳에 살면 저런 가정에서 저렇게 아이를 키우고 저렇게 늙어갈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막연하게 이곳에 살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생비자가 끝나고 워킹홀리데이가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저녁에만 일을 했다.

고기부페에서 저녁에 서빙을 했는데 5시반부터 보통은 10시반 바쁜날은 11시까지 일을 했다.

불판을 갈아주고 빈접시를 치우고 테이블을 치우고 뭐 그런일이었다.

여름이건 겨울이건 퇴근하고 집에오면 땀냄새와 고기냄새가 뒤섞여 머리카락과 심지어 속옷에서도 진동을 했다.

그런데 이걸로 사는데 지장은 없었지만, 손에 돈이 모이지 않았다.

그래서 점심에 할수 있는 일도 구했다. 그것 또한 한식당이었다.

한식당 일은 나처럼 영어가 부족한 사람들이 키위잡을 구하지 못해서 차선책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상대적으로 일을 구하기가 쉽고, 일자리가 좀더 많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이 예상하듯 "한국사람" 이기 때문에 당연한 "한국인 마인드" 로 일을 해야 한다. 일찍 출근하고 칼퇴 못하고, 맘대로 못쉬고, 노동의 댓가를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세금신고를 안하고 세금을 제외한 금액을 캐시로 받는다던지, 홀리데이 페이를 못받는다던지, 공휴일에 일했는데 그 혜택을 받지 못한다던지, 심지어 캐시로 받고 최저시급도 훨씬 못미치는 금액을 받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학원 동생이 학원근처에 있는 한인가게에서 며칠동안 트라이얼을 한적이 있는데, 트라이얼 시급인지는 모르겠지만 시급 10불을 불렀고, 그 가게에서 일하는건 처음이니 모르는게 당연한데, 멍청하다느니, 머릿속에 뭐가 들었냐느니, 말길을 못알아 듣는다느니 하는 개같은 소리를 해대서 며칠만에 그만두었다. 당시 그 동생의 나이는 스물셋이었는데 심지어 호주 워홀을 다녀왔고 호주 스시집에서 시급 9불받고 일했던 이력이 있는, 어리지만 단단한 아이였다. 그런 그 애가 그 얘기를 하면서 펑펑 울었다. 어디서 그런말, 그런취급 처음 받아본다고.

그 어린나이에 타지에 와서 열심히 살아보겠다고 낮에는 학원다니고 저녁에 알바하는 하는데 자식이 있는 부모라면, 정상적인 부모라면 당연히 기특하다고 하지 않을까?

어쨌든 이러한 불법 노동착취가 현재도 존재하는데, 그 당시는 더 했다. 나도 당시 이런 상황을 어느정도 받아들였다고 해야할까. 많은 워홀러들이 그러하듯, 돈이 중허니까.

그런생각으로 약 10개월 동안 두개의 식당에서 투잡을 뛰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