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어떻게 하고싶은 것만 하고 사냐

Delia :P 2023. 1. 21. 09:50

#결정적인훈수

2013년 여름, 남동생과 함께 점심을 사먹으러 나가는 길에

터덜터덜 걸으며 가볍에 툭, 던졌다.

"나 요즘 일이 너무 재미 없어."

물론, 어떤 무언가를 바란 말은 아니었다.

대부분 이런말을 했을때 당신이 들을만한 문장은 다음과 같다.

"어떻게 하고싶은 것만 하고 사냐"

"누가 재미로 일 하냐"

내가 회사를 그만두고 워킹홀리데이를 떠난다고 했을때도 그랬다. 부정적인 반응과 긍정적인 반응이 반반이었는데, 재밌는건 이런 부정적인 말을 하는 사람들 열의 아홉은 제대로된 여행한번 못가본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해외를 많이 다녀본 이들 아니, 단 한번이라도 여행의 하나부터 열까지 본인이 계획해서 혼자서 다녀와 본 이들은 이렇게 말하지 않는다. 그런사람들은 한살이라도 어릴때, 하루 라도 어릴때 나가라고 조언했다. (이 부분에서 박작가님께 감사를 표하고싶군)

그런데 놀랍게도 동생의 입에서 나온 말은 달랐다.

"그래? 그거 심각한거 아니야? 직업을 다시 생각해 봐야 하는거 아니야?

평생 해야 되는거 잖아. 평생 해야 하는 일인데 재미가 없으면 안되지 않아?"

나는 변명했다.

"근데 뭔가 다른걸 다시 시작하자니.. 바닥부터 시작해야 할텐데 카드값이랑 들어가는 돈이 있는데 지금만큼 돈도 못벌테고.."

"그럼 못하네. 근데 누나, 그렇게 생각하면 아무것도 못해"

동생이 말이 귓구멍으로 들어와 내 뇌를 갈겼다.

허허. 이새끼 봐라.

처음에는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그 말은 나에게 왠지 모를 위로가, 그리고 용기가 되었다.

당시에 회사에서 파견나가있던 것이 5개월 짜리 유지보수 건 이었는데, 그 계약이 끝나는 시점이 그 회사에 입사한지 2년이었고 그에 맞춰서 나는 퇴사를 하기롤 맘먹었다.

퇴사 후 영어공부를 하고,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나리라. 계획했다.

계획했었다.

인생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고 했던가.

호주로 준비하고 있었지만 당시 호주에서 한국인 2명이 살해 되는 사건이 연달아 일어났고

모든 부모님들이 그러하듯 엄마는 호주 위험하다고 갑자기 반기를 들었다.

그러다 호주보다는 보다 안전하다는 뉴질랜드 국비지원 프로그램을 알게 되었고, 보통 이 프로그램은 1년에 3차만 하지만 예산이 남앗는지 그해 연말 4차를 모집하고 있길래 급하게 신청하였던 것이다.

이 국비지원 프로그램이 12월에 시작 한다고 해서 부랴부랴 지원해서 퇴사 2주만에 뉴질랜드행 비행기를 탔다.

번갯불에 콩을 구워먹듯이,

그렇게 나는 뉴질랜드행 비행기에 몸을 싣게 되었다.